처음 그곳에 들어갔을 때는 잠깐 망설였다. 관광지도 아닌 암팡의 낡은 플라자 건물 안, 체크무늬 바닥이 깔린 오래된 공간. 하지만 오전 9시 30분이 되기도 전에 줄이 늘어서기 시작하는 걸 보고, 이곳이 보통 치킨라이스 가게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쿠알라룸푸르 치킨라이스 맛집을 찾는다면, 관광객이 몰리는 부킷빈탕이나 KLCC 근처가 아니라 암팡 쪽으로 한번 눈을 돌려볼 만하다. Yan Kee Hainan Chicken Rice는 그런 곳이다.
호텔 셰프의 두 번째 부엌
사장 대런 탄(Darren Tan)은 20년 넘게 5성급 호텔 주방에서 일한 사람이다. 팬데믹이 모든 것을 바꿨다. 호텔 문이 닫히자 그는 자택에서 치킨라이스와 오리구이, 찐 생선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암팡에 가게를 낸 뒤 결정적인 선택을 한다. 오리를 빼고 닭에만 집중한 것이다. 그 이후로 이 가게는 매일 긴 줄이 생기는 곳이 되었다.
호텔 주방 출신 셰프가 호커 스타일 가게를 연다는 것. 한국으로 치면 특급호텔 양식 셰프가 동네 백반집을 차린 것과 비슷한 감각이다. 그런데 그 결과물이 이 정도라면, 오히려 호텔보다 더 잘 맞는 무대를 찾은 셈이다.
새벽 5시 30분의 준비
이 가게의 하루는 새벽 5시 30분에 시작된다. 오전 9시 30분 오픈까지 꼬박 네 시간. 그 시간 동안 벌어지는 일들이 이 치킨라이스의 맛을 만든다.
닭의 노란빛은 인공 색소가 아니다. 치자나무 열매(buah kuning)와 강황을 섞어 자연스러운 색을 낸다. 삶은 닭은 곧바로 급랭한다. 이것이 전통 하이난식 방법이다. 피부와 살 사이의 젤라틴이 굳으면서 탱탱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만들어진다.
밥은 닭 육수로 짓는다. 판단잎을 넣어 향을 더하고, 위에는 작은 새우와 견과류를 튀겨 만든 바삭한 토핑을 올린다. 소스는 세 가지를 직접 만든다. 생강 소스, 마늘 소스, 간장 베이스 치킨 소스. 매일 아침 새로 준비한다.
이 치킨라이스의 진짜 차별점은 화려함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네 시간의 밀도에 있다.
뼈 없는 치킨라이스
이 가게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닭을 완전히 발골해서 내놓는다는 것이다. 뼈 하나 없이 깔끔하게 정리된 치킨라이스. 어른에게는 편안한 식사고, 아이에게는 안전한 한 끼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이와 함께 가기 좋은 맛집을 찾고 있다면, 이 부분만으로도 충분히 방문할 이유가 된다.
구글 리뷰에서도 닭고기의 부드러움과 촉촉함을 가장 많이 언급한다. "extremely tender, juicy and fresh"라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생강 소스와 칠리 소스의 조합이 오일 라이스와 잘 어울린다는 평도 많다.
숨은 메뉴로는 치킨 간(chicken liver)이 있다. 정식 메뉴에 크게 내세우지는 않지만, 단골들 사이에서는 꼭 시키는 사이드다. 그 외에 찐 생선머리, 숙주나물(이포 스타일의 통통한 숙주), 두부조림, 조림 달걀도 사이드로 인기다.
특이하게도 이곳의 국물에는 대추가 들어간다. 일반적인 치킨라이스 가게에서는 보기 드문 구성이다. 국물은 리필이 가능하다.
분위기
플라자 암팡 자야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체크무늬 바닥, 높은 천장, 에어컨 없이도 통풍이 잘 되는 구조. 구글 리뷰에서는 "쿠알라룸푸르 옛 센트럴마켓 같은 빈티지 분위기"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공간 자체가 독특한 매력이 있다.
직원들은 빠르고 효율적이다. 주문, 서빙, 정리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매장 식사도 포장도 모두 인기인데, 영상을 보면 포장 주문량이 상당하다. 이 동네 사람들의 일상 속에 완전히 자리 잡은 가게라는 뜻이다.
📍 Yan Kee Hainan Chicken Rice
45A, 47, 48, Plaza Ampang Jaya, Taman Pandan Mewah 68000 Ampang Jaya, Selangor, Malaysia
구글 평점 4.0 / 리뷰 369개
방문 전 알아둘 것
영업시간: 월, 수~일 오전 9:30 ~ 오후 2:30 (화요일 휴무) 점심 영업만 하는 가게다. 한국처럼 저녁에 가면 문이 닫혀 있다. 인기 메뉴는 일찍 소진될 수 있으니, 오전 중 방문이 안전하다.
위치: 암팡 자야는 KL 시내 중심에서 동쪽으로 15~20분 거리다. KLCC나 부킷빈탕에서 Grab으로 이동하면 편하다.
가격대: 일반적인 치킨라이스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지만, SST(서비스세)가 붙지 않는다. 가성비 측면에서 호텔 셰프 퀄리티를 호커 가격에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주차: 무료 주차장과 노상 주차가 가능하지만, 자리가 제한적이라는 후기가 많다. 조금 걸을 각오가 필요하다.
추천 주문: 본리스 치킨라이스(시그니처) + 숙주나물 + 치킨 간(히든 메뉴)
가족 동반: 모든 닭이 뼈째 발골되어 있어 어린 아이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넓은 공간, 빠른 회전율도 가족 단위 방문에 적합하다.
이곳이 남기는 인상
쿠알라룸푸르에는 치킨라이스 가게가 셀 수 없이 많다. 관광지에도, 호커센터에도, 쇼핑몰 안에도 있다. 그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사람들이 굳이 암팡까지 찾아가 줄을 서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년간 호텔 주방에서 익힌 기본기, 하나의 메뉴에만 집중하겠다는 결정, 새벽부터 시작되는 네 시간의 루틴. 이 세 가지가 합쳐져서 만들어지는 것이 이 가게의 치킨라이스다.
화려하지 않다. 대신, 매일 같은 수준을 유지하려는 사람의 태도가 접시 위에 그대로 올라온다.


